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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ma & fafa(스텔라)

은수저를 닦으며


  


2010년 9월 4일 토요일 맑음


건, 준, 신랑과 맛있는 저녁 식사를 하고 열심히 설거지를 한다.
일한다는 핑계로, 주말에도 하지 못했던 일 한다는 핑계로 집안일을 게으르게 한 탓에
미뤄 놓았던 주방 청소를 한다.
얼룩덜룩 찌든 때 앉은 전자레인지 닦고 찌개 국물 넘쳐 더러워진 가스레인지 닦느라 눈에 
거슬리긴 했지만  미뤄 놓았던  은수저들을 닦는다.
전엔 철 수세미로 박박 문질렀는데 오늘은 그것조차 없어 살림 잘 하는 주부처럼 욕실에 있
는 치약을 가져다 닦는다.
반짝 반짝 빛이 나기 시작하는 수저들을 보며 아무 생각없이 그 일에만 몰입하게 된다.
열심히 닦다보니 누군가의 모습이 아련히 그려지기 시작한다.

엄마.............

그래 엄마도 그랬었다.
쉬는 날이면 어김없이(그때는 공장에 다니시느라 쉬는 날이 거의 없던 것으로 기억한다)
진분홍색 동그란 이쁜이 비누로 그릇들을 반짝반짝 윤이나게 하루종일 닦으셨다.
코 흘리게 나는 그 옆에서 모처럼 하루종일 같이 있을 수 있는 엄마가 좋아 한 없이 그릇
들과 엄마를 바라보다 지루하면 동네 아이들과 뛰어다니곤 하였다.
하지만 금방 엄마에게로 다가와 다시 쪼그리고 앉아 그릇을 닦고 있는 엄마를 보곤 했다.

그냥 그 때만 볼 수 있는 색깔이 이쁜 이쁜이 비누도 좋았고  그렇게 보드라운 엄마가 그릇을
닦고 있는게 너무 좋았다.
그 날은 엄마가 하루종일 내 옆에 있으므로........
하얀 얼굴로 그릇을 닦다 중간 중간 날 보며 웃음 지으신 엄마가 생각난다.

내 아이들은 은수저를 열심히 닦는 날 기억할까.....
준이와 건이는 지금 방에서 컴퓨터 게임을 열심히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