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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미카엘)

준이의 첫 love letter


방학한지 반이 지났거만 게으른 엄마는 준이 가방조차 빨지 못했네요.
맘 먹고 가방 속에 있는 물건들 하나하나 빼내어 정리를 했답니다.
에~고 가방 안에는 총알, 불량식품비닐봉지, 코푼 휴지 기타 등등.....
헉!!! 그런데........
하얀 바탕에 손수 그린 엄청 큰 하트가 있는 편지봉투가 있네요.
도둑질 하는 사람처럼 가슴이 두근두근.
아니 왜 내가슴이 이리도 떨리는지 모르겠습니다.
동생과 놀고 있는 준이 눈 피해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습니다.
보낸 친구는 1학년 때 담임 선생님의 딸 김은서.
남자 아이들에게 인기 많은 점, 공부, 수영, 피아노, 싸움 잘 하는 것(헉 그 정도 였나), 마른 몸까지 칭찬하고 부럽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마스터즈반 누나들과 친해보인다는 질투, 자기가 많이 때려서 미안하다는 것, 그래서 자기를 안 좋아할 것 같다고, 사실은 좋아하고 있노라고..... 4학년 때도같은 반이 되고 싶다고, 이 사실은 아무에게도 알리지 말아달라고 부탁까지 했습니다.
이쁜 편지지에 볼펜으로 한자 한자 꼭꼭 눌러 쓴 이야기들이 너무나 이뻤습니다.
읽고 얼마나 흥분이 됐던지 한참 집에서도 일하는 바쁜 신랑에게 몰래 보여주었습니다.
아빠도 얼굴이 붉어지며 흐뭇한 미소를 보내더군요.
준이에게 살짝 물어보니 비밀로 해 달라고 해서 말을 안 했다고.....
'너도 은서 좋아하니?'
...........
묘한 미소 지으며 '아~~니'
 
어쨌든 울 아들 10살에 여친에게 편지 받고...... 언제 이렇게 컸을까요^^